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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Y

내책장) 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by 이주야 2020. 5. 27.

너의 이야기

 

 

 

당시 이 책을 왜 구매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때 '기억'에 관해서 관심이있었던 건지, 그저 가볍게 읽을만한 소설이 읽고싶었던 중 마침 눈에 띄어서인지.

분명 어떠한 이유가 있었을것이다.

 

지식, 정보전달 위주의 책을 읽다가 소설을 읽으니까 술술 읽히고, 머리속에서 내용 전개되는 상황도 그림처럼 그려지며

꼭 누군가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듣고있는 느낌이었다.

 

이 책, 비오는 여름날 분위기같다.

악역이나 커다란 재난, 불의의 사고가 없는, 남자주인공, 여자주인공의 감정과 생각위주의 소설.

한적한 카페 구석진 자리, 햇빛이 드는 큰 창가에서 나지막이 흐르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차 한잔 곁들여 읽으면,

나 또한 "여주인공이 카페에서 책을 읽고있다.' 라는 이야기속 인물이 될것같다.

 

하지만, 현실은 내방에서 고양이를 곁에 두고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으며 읽기를 즐겨한다.

 

일본소설을 많이 읽어본건 아니지만, 일본소설은 주변 장소, 분위기에 대한 묘사가 많고 자세히 표현되어있어

상상이 잘 되는것같다. 마치 영화로 한편 본것같은 느낌이다.

 

'너의 이야기'는 '기억'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다. 아니 '의억'이 더 정확한가.?

'의수', '의족' 과 같이 의억은 '만들어진 기억'으로 소재로 하고있다.

 

책 세계관 자체가 나노로봇에 의한 가공된 기억, 의억을 만드는 의억기공사가있고, 그것을 사고 팔 수있다.

 

 

 

남자주인공이 어릴 때 부터 그의 부모님은 매일 술을 마시고 의억을 구매해, 있지도않은 3명의 딸이 있다고 기억하며

행복한 결혼의 의억으로 예전을 추억한다. 정작 현실의 친아들은 무관심으로 방치한채.

 

무관심속에서 자란 그의 어릴적 과거는 딱히 추억할만한 일이없다. 가족과의 추억은 물론 친구도 없다.

이런 우중중한 환경속에서 자라온 남자주인공은 이런 자신의 어린시절을 지우고 싶어 기억을 지워주는 약,

'레테'를 구매하게 되는데, 큰맘 먹고 먹은 약이 '레테'가 아니라,

없었던 청춘의 시절을 만들어 주는 '그린그린' 이었다!

 

그린그린의 의억에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소꿉친구'가 등장하는데, 그 친구와의 기억이 꽤나 즐겁고 설렌다.

첫사랑의 추억같이..

 

드문드문 의지와 상관없이 발작같이 펼쳐지는 그린그린의 의억으로 있지도않은 소꿉친구과의 일들을 행복하게 회상하다가,

현실로 돌아와 '아..진짜 기억도 아닌데' 하며 현타에 빠지는 남자주인공.

 

그런데, 어느날 눈앞에 나타나버린 소꿉친구

 

가공된 기억속에 인물은 실존할 수없는 '의자'(만들어진 사람) 인데?!

 

실제로 만나버린 그녀를 두고 남자주인공은 혼란속에 빠진다.

 

실수로 잘못먹은 그린그린으로 첫사랑이자 소꿉친구의 기억을 가진 남자와, 기억속에서만 존재해야 될 여자가

현실에 나타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

 

이렇게 적으니 이 책을 구매했던 이유가 '기억' 나는것같다. 단순히 그냥 ㅋㅋ '그래서?! 만나서 어떻게되는데?!' 하고 궁금해서

샀던것같다.ㅋㅋ 이것은 진짜 기억인지 내가 방금 만들어낸 의억인지 모르겠다.

 

 

 

'너의이야기' 이지만 '나의 이야기'라는 목차가 있다. 남자주인공위주가 거의 다지만 여자주인공의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읽을 수있다.

 

 

내가 원하는 기억으로 선택적으로 삽입하고, 지울 수 있다면 나는 어떤 기억으로 과거를 채우고싶을까.

지우고 싶은 기억을 정말로 지우게 된다면, 나는 그 싫은 기억으로 부터 '완전히' 해방되는것일까?

사람은 망각하는 능력이 있지만, 좋은건 잘 잊고 싫은건 더 오래 기억하는것같다.

 

정말 의억이라는걸 만들고 살 수있다면, 그린그린을 한번 사 볼 의향은 있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소꿉친구.

 

궁금하다. 어떤모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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